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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리다’ 김소향, “충분히 가치있는 인생, 어떤 고통도 받아들일 준비됐다”

[인터뷰] ‘프리다’ 김소향, “충분히 가치있는 인생, 어떤 고통도 받아들일 준비됐다”

  • 기자명 정아람 기자
  • 입력 2023.09.17 05:46
  • 수정 2023.09.17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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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리다’ 작품개발단계-초연부터 매 시즌 주연 맡아 “애정 커”
공연 기간 쉴 때 집에서 '에너지 응축' 후 무대에서 '폭발'
내년 ‘시스터 액트’ 아시아 투어 나서

배우 김소향/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소향/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EK컬쳐] “공연 중 프리다가 죽는 순간, 나 역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 바닥을 찍어본 경험이 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고통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요.”

뮤지컬 ‘프리다’에서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로 변신해 매회 공연마다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를 외치며 삶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뮤지컬배우 김소향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통의 여왕’으로 불리는 멕시코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와 온몸이 부서지는 교통사고를 겪고 평생 후유증 속에 살면서도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뮤지컬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 ‘더 라스트 나이트 쇼’라는 가상 토크쇼에 출연해 관객들과 함께 그녀의 또 다른 자아인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와 함께 생애를 되돌아보는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이다.

배우 김소향/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소향/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김소향과 뮤지컬 ‘프리다’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집에 작품을 걸어놓을 정도로 프리다 칼로의 팬이었던 그녀에게 프리다 칼로를 주인공으로 한 공연의 제작 소식은 ‘환희’ 그 자체였다. 김소향은 작품의 개발단계, 202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트라이아웃 공연을 비롯해 초연부터 지금까지 매 시즌 참여한 그야말로 프리다 칼로의 ‘성덕’이다. 초연 당시 감정을 꿰뚫는 연기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프리다 그 자체’라는 성적표를 얻어냈다. 그런 그녀가 1년 만에 다시 프리다로 돌아왔다.

“공연을 쉬는 기간에도 계속 공연을 하고 있었던 기분이에요. 배우들에게 빨리 시작하고 싶은 공연이 흔치 않아요. 그런 점에서 ‘프리다’는 빨리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공연 중 하나로서 의미가 커요. 무엇보다 추정화 연출과 허수현 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감독의 조합을 좋아해요. 특히 추정화 연출은 고통 속에서 희망의 한 자락을 잡고 있기 때문이죠. 늪 같은 인생을 살면서 희망의 한 줄기 빛을 보는 게 쉽지 않은데 추정화 연출은 그 부분을 녹아있게끔 글을 쓰는 분이에요. ”

배우 김소향/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소향/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초연 당시 소극장에서 시작했던 공연은 재연을 거쳐 대극장으로 판을 키웠다. 초연 때 아쉬웠던 장면들은 대극장 무대에 맞게 보완했다. 공연 중 김소향은 펑키한 록 음악에 맞춰 고음의 넘버를 수월하게 소화해내는 것은 물론, 대극장의 넓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독무를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끼를 마음껏 발산한다. 독무는 김소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프리다’의 하이라이트라고.

“추정화 연출과 김병진 안무감독에게 ‘미친 듯 춤을 추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초연 당시 독무를 하면서 매일 몸에 부상을 입어서 테이프로 상처를 가릴 때가 많았죠.(웃음) 초연 때 세종S 극장의 무대 크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어요. 우리 작품의 모든 배우들이 에너지가 워낙 크다 보니 무대 역시 커지길 바랐었죠. 대극장으로 옮겨진 지금은 광활한 대지를 뛰어노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초연 때 보다 관객들과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진 점은 아쉬워요. 그만큼 더 힘을 내서 관객들에게 프리다의 열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뮤지컬 ‘프리다는 유독 체력 소모가 클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매회 공연마다 감정을 극한으로 몰아가야만 하는 점에서 힘든 공연이다.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무대에 오르는 반복은 김소향처럼 베테랑 배우에게도 쉽지 않을 터.

“프리다가 아이를 유산 장면을 연기할 때는 진짜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워요. 공연이 끝나고 나면 실제 현실에서 제게 아이가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래서 그 아픔이 오래 가지 않아요. 또한 작품의 넘버들이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쇼뮤지컬이기 때문에 내장을 끄집어내는 것처럼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내요. 지금까지 했던 어떤 공연보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고 있는 걸 느껴요.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면 가만히 쉬면서 에너지를 모으는 편이에요. 에너지를 응축해 뒀다가 무대에서 터뜨리고 있어요.(웃음)”

김소향은 프리다를 고통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투쟁가’라고 평가했다. “프리다는 무언가에 가로막히고 짓눌렸을 때 투쟁을 통해 결과를 얻어냈죠. 인생은 정말 찬란하다고 말하는 프리다의 용기가 멋지게 다가와요. 그런 점에서 프리다랑 저랑 닮았다고 생각해요. 프리다를 연기하면서 내일 당장 할 일이 없더라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런 강인한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배우 김소향/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소향/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김소향의 뮤지컬 커리어 역시 ‘투쟁가’ 다운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프리다 칼로와 김소향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었다.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데뷔한 김소향은 ‘마리 퀴리’, ‘HOPE’, ‘마리 앙투아네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니타’ 등 중소-대극장을 가리지 않고 무대를 누벼 온 23년 차 배우다. 고통과 환희가 뒤섞인 프리다 칼로의 삶처럼 김소향의 인생 역시 되돌아보면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가는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7년의 앙상블 생활과 커버 역할을 거쳐 드디어 주연으로 발돋움하려던 차, 슬럼프가 왔다고.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관계자들에게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배우로 비치고, 스스로 그렇게 느꼈을 때 위기감을 느꼈어요. 이래선 내가 사랑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과감히 뮤지컬 유학길에 오르기로 결심한 김소향은 2011년 브로드웨이로 향했다. 숱한 영어 오디션에서 낙방한 끝에 드디어 2013년 '미스 사이공'에서 '지지' 역을 따냈고, 2017년 동양인 최초로 뮤지컬 ‘시스터 액트’ 인터내셔널 투어의 메리로버트 역에 발탁되는 기쁨을 맛봤다.

“유학 시절 생각만큼 공연을 자주 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됐어요. 누가 봐도 이방인인 저의 모습과 영어 대사를 잘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컸어요. 낮에는 오디션을 보러 가고, 밤에는 영어 공부를 하느라 새벽 다섯 시 전에 자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무대에 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약 없는 연습을 할 땐 지치고, 우울증에 시달렸었죠. 프리다처럼 손발이 잘린 기분을 이때 느껴봤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 무대에 올랐을 때 감사함이 몇 배로 커졌어요.”

김소향은 오는 11월 4일 부산 소향시어터에서 개막하는 ‘시스터 액트’ 아시아 투어팀에도 같은 역할로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로버트 요한슨의 연출과 EMK뮤지컬컴퍼니의 프로덕션 노하우를 토대로 내년 아시아 투어를 펼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김소향은 배우로서의 삶이 곧 행복이라고 연기에 대해 지치지 않는 열정을 전했다. “‘여기서 어떻게 열심히 더 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프리다’를 통해 또다시 충분히 가치 있는 인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에요. 제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에,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한편, 김소향이 출연하는 뮤지컬 ‘프리다’는 10월 1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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