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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기능하는 에너지시장은 탄소중립의 전제조건”

“제대로 기능하는 에너지시장은 탄소중립의 전제조건”

  • 기자명 정욱형 기자
  • 입력 2023.10.13 11:07
  • 수정 2023.10.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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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요금제도 확립이 선행되어야

[인터뷰]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현제 원장

 

“탄소중립의 이행을 위해서는 시장메커니즘이 중요하며, 제대로 기능하는 에너지시장은 탄소중립의 전제조건입니다.” 지난 6월 22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제14대 원장으로 선임・임명된 김현제 원장은 임기 동안 이것만은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과제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 “기술혁신이나 신시장 창출을 위한 유인체계를 수립하고, 에너지시장의 비효율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정부의 시장관리자 역할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요금제도 확립이 선행되어야만 정책의 실효성도 담보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원가를 비롯하여 환경 및 안보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는 가격 체계를 실현해야만 탄소중립의 실현가능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하신지 석 달여 지났네요. 늦었지만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특히 연구원 출신 원장으로서 느끼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취임 소감과 석 달여 원장으로서 느끼신 소회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취임 후 지금까지는 내부적으로 산적한 현안들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기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에너지 분야 국정과제를 지원하고 연구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기존의 연구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인적자원의 통합 및 재편을 통해 연구수행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숙고했습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을 찾아주는 기관들이 많다는 점에서 연구원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그간 연구원이 축적해온 위상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최근 에너지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됨에 따라 에너지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기후위기를 맞이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이 과거에 비해 더욱 복잡해져만 가는 상황입니다.

연구원 내적으로도 지방 이전과 인력 유인책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력 유출이 늘어나고 우수인력 확보도 힘든 실정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원장으로 부임하게 되어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급변하는 에너지 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수장으로서 경영방침이 있다면 설명해주십시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자원 분야의 정책연구를 통해 국가 에너지정책 수립을 뒷받침하는 국책 연구기관입니다. 시의성 있고 파급력 높은 정책연구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분야 국정과제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동시에 에너지 분야의 미래 비전과 방향을 선도하는 정책연구를 수행하여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연구원의 설립 취지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선도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할 수 있도록 연구역량 강화가 필요하고, 연구재원 확충이나 직원 처우개선과 같은 유인체계도 동시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우선, 연구 수요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 방안을 제공하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연구 추진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연구 수요자는 정책당국, 지자체, 그리고 에너지 시장 참여자들입니다.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에너지 안보, 에너지 시장 구조 및 에너지 신산업, 에너지 복지 등 다양한 에너지 현안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연구재원의 확충에 역점을 둘 것입니다. 최근 에너지 관련 연구 주제가 다양해지고 연구수요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당장의 연구수요에 대응하고, 장기적인 에너지정책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연구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물론, 외부로부터 연구재원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효율적인 예산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구원 운영을 합리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서 직원의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행 급여체계 및 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조직 구성원에 대한 보상체계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유관기관과의 교류와 대외활동을 장려하고, 복무 여건 개선으로 직원의 사기 진작과 복지 확대를 도모하겠습니다.

 

 

원장님은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 부원장을 지내시는 등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15년 이상 몸담아 오셔서 연구원들의 마음이나 능력치를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 내부 연구원들과의 소통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해 나가실 계획이신지요.

제가 1996년 8월에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으니, 이제 만 27년 정도 연구원에 몸담고 있습니다. 원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연구원 재직 중에 연구기획본부장과 부원장이라는 보직을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역임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런 경험을 통해 연구원에 소속된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다. 원장으로서 경영 로드맵을 구상할 때도 당시 경청했던 목소리들을 참고했습니다.

원장이 된 지금 연구진들과의 소통은 예전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예전과 지금의 저는 전혀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원 구성원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제가 예전보다 훨씬 열린 자세로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소통이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항상 구성원들의 상황을 헤아리고 사소한 건의사항도 공감할 수 있는 원장이 되고자 합니다.

원장실은 언제든 개방되어 있고, 필요할 경우 제가 직접 찾아가기도 합니다. 이전처럼 연구진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위한 절차나 형식이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의 고충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하면서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때로는 업무 효율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기요금 정상화, 에너지규제 등 에너지전환 시대에 당면해 있는 에너지정책이 산적해 있습니다. 올 하반기 에너지 분야의 가장 핫한 이슈와 합리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현재 이슈를 선점하고 있으면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화두를 하나만 선택한다면 ‘수용성’을 꼽겠습니다. 에너지믹스 정책에 대한 수용성, 송전망과 같은 에너지 인프라 건설에 대한 수용성 등 많은 현안과 갈등을 꿰뚫는 키워드가 수용성입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지속적으로 감축하되, 저탄소·무탄소 전원(원전·재생e·수소·암모니아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믹스를 개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탄소중립은 국가적인 역량을 총체적으로 활용해야 달성 가능한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대립하는 구도로 쟁점화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원전과 재생에너지 모두 수용성 저하로 인해 보급 확산에 지장이 유발됩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 문제는 이격거리 제한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원전 역시 부지확보 단계에서부터 난관이 존재합니다.

국내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원전의 적정 역할 제고와 더불어 무탄소 전원의 계통진입을 앞당기기 위한 국민적 합의가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주요 전력생산지와 수요지를 연결하는 송전선로 건설에 있어서도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규 송전선로 건설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전력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질수록 블랙아웃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송전제약에 따른 유휴설비 문제도 발생합니다. 수요지에서 전력을 생산하여 소비하는 분산에너지가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수용성이라는 과제를 넘어야 합니다.

지역 주민 및 이해관계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사업계획단계에서부터 수용성 문제 해결을 도와야 시장 참여자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에너지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향후 에너지시장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장‧단기로 나눠 설명 부탁드립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하락하던 상반기에도 OPEC+의 감산, 러시아 석유 금수조치, 계절적 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유가는 하반기부터 상승할 것으로 전망해 왔고, 실제 최근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하향 안정화 추세로 전환하나 예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한 요인들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입니다.

한편, 미・중 무역 분쟁으로 야기된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러-우 전쟁 이후 경제권의 양극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과 비교우위 원칙에 기반하여 작동해온 글로벌 경제원리가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의 산업기조로 선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기후위기가 국제 무역규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개별 또는 다수 국가들의 협력체들에 의해 기후 이슈가 통상 이슈와 연계되며 복합화되고, 청정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민간 주도 이니셔티브도 활발해지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향후 세계 에너지 시장은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큰 폭으로 줄이면서 청정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청정에너지의 확산은 단기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을 해소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미래 청정에너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묘책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 향후 세계 에너지 시장은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들의 합종연횡 가운데, 차세대 블루오션인 청정에너지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우리도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청정에너지 혁신 기술을 일찍 확보하여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갔으면 합니다.
 

올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에너지 분야의 국정과제가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에너지 정책 연구를 통해 지원하고자 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에너지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인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정립의 일환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중립 시대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의 안정적인 수급을 목표로 하는 ‘수소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구원에서는 탄소중립 이행의 핵심 수단인 전력, 청정수소의 중장기 수급 및 미래 청사진을 그려내는 정부 계획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과 연구역량을 담아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분야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인 원자력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SMR을 포함한 원자력 산업 육성 및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글로벌 차원의 탄소중립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후와 통상 이슈를 연계하는 새로운 통상 압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기후클럽의 출범,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이행 요구 증대 등의 사례에서 기후가 통상문제의 핵심 아젠다로 부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원에서도 기후통상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정책 연구들도 지속적으로 수행해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원장님 임기 동안 이것만은 반드시 해결하고 싶다는 과제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고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지 설명해주세요.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에너지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바로 에너지 가격체계에 대한 부분입니다.

에너지 가격체계는 오래된 연구주제이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원가주의에 기반한 에너지 요금 체계 구축은 연구원을 비롯한 학계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원가주의에 기반하여 가격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너지 소비 주체의 합리적인 소비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도시가스의 원료비, 전력의 연료비에 대한 인상분 또는 인하분을 판매요금에 시의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입니다.

앞서 수용성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에너지 요금 정상화 역시 필요성과는 대비되게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에너지 요금 인상이 가계 및 기업의 지출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가주의에 입각한 요금정책의 필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새삼스럽게 에너지 가격체계를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탄소중립의 이행을 위해서는 시장메커니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기능하는 에너지시장은 탄소중립의 전제조건입니다. 기술혁신이나 신시장 창출을 위한 유인체계를 수립하고, 에너지시장의 비효율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정부의 시장관리자 역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요금제도 확립이 선행되어야만 정책의 실효성도 담보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원가를 비롯하여 환경 및 안보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는 가격 체계를 실현해야만 탄소중립의 실현가능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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