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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전략비축이야기

석유 전략비축이야기

  • 기자명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 입력 2010.11.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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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연간 석유소비는 지난해 기준 7억7848만배럴(1일 213만배럴)이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중 78%를 중동지역으로부터 수입하는데 이 지역은 아시는 바와 같이 종교 및 종족분쟁, 정치적 갈등, 테러집단 등 항상 불안 요소가 상존한다.

한국 산업구조의 석유 의존도는 45.8%이고,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약 15.5배럴(인구 5000만 기준)이다. 우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에는 언제나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습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날의 고통과 분노도 건망증에 걸린 노인과 같이 까맣게 잊어버리고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산다. 과거 70년대 말 국제적인 석유위기로 역 주행하던 경제성장은 언제 그랬던가 싶고, 90년대의 환란도 그때의 심정과 각오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면서 코앞에 문제가 닥치면 양은 냄비에 물 끓듯 하여 대개는 졸속으로 처리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4자성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대형사고만 나면 누구나 이 말을 떠올릴 것이다. 이 뜻은 석유비축에도 아주 잘 어울리는 말이다. 석유비축의 필요성을 이 4자성어에 맞춰 이렇게 쓰면 어떨까 한다. ‘유비무환(油備無患)’. 즉 석유를 평소에 비축해 두면 석유파동에 대한 근심이 없게 될 것이다.

이란은 핵 문제로 미국의 눈에 벗어나 온갖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이라크는 미군의 전면 철수와 선거 후 7개월이 지나도록 정부구성을 못하고 있어 불안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비호 아래 평온하게 지내고는 있으나, 회교 원리주의의 본산이고 여기에 민주화 세력이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빈 라덴은 세계석유의 25%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리 통제를 목표 삼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어 위험천만이다.

동에서 원유를 싣고 한국에 오려면 17일 이상 소요되며, 그 해상 루트의 안전이 항상 위험에 노출 돼있다. 호르므츠해협, 인도양, 말라카해협, 남지나해 등 테러리스트나 가상적국이 마음만 먹으면 해상루트를 봉쇄하거나 유조선 납치를 언제나 저지를 수 있다. 최근에 그 악명 높은 소말리아 해적이 러시아 유조선을 납치했으나 단 하루만에 러시아 특수부대는 배를 되찾았다. 그러나 한국의 유조선은 납치 된지 수개월이 지나도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인다. 아웅산사건과 천안함사태를 생각해 보면 북한은 궁여지책으로 정치적 군사적 목적에 따라서 한국을 어떠한 형태로든지 괴롭히려고 온갖 만행을 계속 할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화폐개혁의 실패와 김정은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또 무슨 짓을 획책하고 있는지 심히 염려된다.

우리나라는 높은 석유의존도에 그 공급원이 중동에 치우쳐 있어 중동의 불안이 우리의 근심으로 이어진다. 과거 2번에 걸친 세계의 석유위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금수조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미국의 이라크침공 등 세계원유의 60%를 보유한 중동은 평탄치 못했다. 이라크의 정치적 불안, 이란의 대미관계, 사우디아라비아의 민주화 바람, 알카에다와 빈 라덴 등의 불안요소가 언제 폭발해 중동에 큰 혼란을 초래, 석유공급이 위협을 받게 될지 모른다. 이로 인한 석유공급의 중단 사태는 짧게는 한두달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지속 될 수도 있으니, 석유의 단절 없는 확보를 위해 비축은 물론 다각적으로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석유전략비축은 1973년 OAPEC(아랍 OPEC 국가, 이집트, 시리아 및 튜니시아)의 대미 석유 금수 조치에 자극을 받아 1975년에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7억2700만배럴 저장시설에 7억2660만배럴의 원유를 비축해 놓고 있다. 원유 수입 기준으로는 60.5일분이고, 소비기준으로는 34.6일분의 세계 제일의 원유비축을 해 놓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동으로부터 1일 169만배럴을 수입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중동원유의 대체 기간이 429일이나 된다. 따라서 OAPEC이 금수 조치를 해도 정부 비축만으로도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 미국의 비축방법은 대형 암염 동굴에 입출하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비교적 간단하며 돈이 덜 든다. 그래도 불안했던지 부시는 석유 가문 출신답게 전략 비축을 10억배럴로 증가하기로 결정해 2008년 의회의 승인을 받아 저장 시설을 위한 지질조사를 마쳤으나 원유를 비축하려면 시설 건설, 예산확보 등 향후 10여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본다.

일본은 세계 제2의 전략비축 국가다. 석유 파동 이전인 1971년 민간 비축부터 시작됐고, 정부비축은 1979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일본은 정부의 3억2400만배럴과 민간의 2억5900만배럴, 합계 5억8300만배럴을 비축해 놓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석유소비는 일일 440만배럴이며, 이를 기준으로 볼 때 정부비축은 74일분이고 민간은 59일분, 도합 133일분이 된다. 일본은 1970년대 석유 소비가 일일 530~560만배럴이었으나 석유파동 이후 정부의 강력한 석유 소비절약 정책으로 20년 후인 1990년에 490만배럴, 그 후 19년 후인 2009년에는 440만배럴로 감소했다. 정부의 소비절약 정책뿐만 아니라 LNG, 원자력 등 주 에너지원을 효과적으로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비축방법은 주로 지상 탱크 시설이며 한때는 조속한 비축을 위해 유조선 수십 척에 비축을 했으며 현재도 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지진을 고려해 지하동굴 비축은 미미하다.

중국은 현재 하루 860만배럴을 넘게 쓰는 세계 제3의 석유 소비국이다. 그러나 인구 비례를 볼 때 아주 낮은 수치다.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라 석유 수입은 계속 늘어나고, 고유가, 중동의 여건 등 중국은 최근 전략비축에 큰 비중을 두고 2020년까지 90일분에 해당하는 6억8500만배럴을 비축하려고 한다. 시설 확보는 그렇다 치고 이 물량은 석유 수요 증대에 한 몫을 하게 될 것이다.

리나라는 어떠한가? 1차 석유위기 후 1979년 3월 한국에 안정적이며 경제적인 석유공급을 목적으로 한국석유공사(발족 당시 명칭: 한국석유개발공사)가 발족돼 30여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공사는 출범 후 유전개발사업과 석유비축사업을 근근이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주제에 따라 비축사업에 관한 이야기만을 하려고 한다. 석유비축은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위기 시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안보 차원의 중요한 사업이다. 석유비축시설이 전무했던 시절에는 유조선이 조금만 늦게 도착하면 제품에 따라 파동이 일어나곤 했다. 특히 등유와 LPG가 대표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1차 석유위기 시 한국으로 향하던 유조선 한 척이 가격 흥정이 잘 안되자 일본으로 선수를 돌리려고 해 하는 수 없이 15불짜리 원유를 45불을 주고서야 되돌렸다. 비축유가 전무한 상태에서 별수가 없었다. 그나마 원유를 확보한 것이 다행이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한국은 1980년부터 3차에 걸쳐 석유 전략비축을 실시해 지난 5월 울산 기지 준공을 끝으로 1억4600만배럴의 석유저장 능력을 갖추게 됐다. 그 지역별 위치와 용량은 아래와 같다.

▲ 전국 비축기지별 비축유 보유현황

비축방법은 지상탱크시설이 3960만배럴이고, 지하공동시설이 1억640만배럴이다. 이 가운데 원유가 1억2750만배럴이며, LPG를 포함한 제품이 1850만배럴이다. 원유뿐 아니라 제품도 비축해 비상 시 손쉽게 연료유를 확보 할 수 있다.

2006년에 수정한 비축 목표량이 1억4100만배럴로 현재 비축량은 8467만배럴(60%수준)에 불과해, 5633만배럴이나 부족한 상태이다. 우리는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입기준이나 소비기준을 구분 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소비량인 일당 213만배럴을 기준으로 비축일수를 계산하면 39.8일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소위 IEA의 90일 권고 일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석유의 비축 일수 계산은 어디까지나 1일 소비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즉 ‘석유비축량 ÷ 전년도 1일소비량=비축일수’가 돼야 한다. 그러나 IEA는 ‘비축량 ÷ (전년도 1일 순 수입량?전년도 1일 납사소비량)=비축일수’를 권고한다. 이는 수입량에서 납사 등 석유화학 원료를 제외한 연료유만을 기준으로 하는데 문제가 있다. 간단히 말해서 원유공급이 단절되면 석유화학도 중단해야 되는가?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볼 때 연료유만을 고려한다는 것은 특히 석유화학이 강한 한국에 있어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만약의 경우를 가상해 중동에 중대 사건이 발발해 원유공급이 전면 중단됐을 경우 현 시점에서 정부비축유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3개국을 비교해 보면 미국은 429일, 일본은 94일을 버틸 수 있지만 우리는 50일밖에 견딜 수 없다.

30년 비축계획의 마지막 단계인 650만 배럴의 비축시설 준공식이 지난 5월에 거행됐으며, 여러 매스컴은 이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보다 앞섰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우선 시설용량만을 기준으로 했거나 또는 IEA기준으로 비축일수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상기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의 중동의존도는 불과 14.4%에 불과하다. 미국의 석유 수입원은 상당히 다원화 돼있다. OPEC 국가에서 41%, 비OPEC 국가에서 59%를 각각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동에 문제가 생겨 원유수입이 중단되면 두 달도 버틸 수 없다. 미국의 중동존도가 생각보다 낮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탐탁지 않은 점이다. 중동에 무슨 문제가 발생해도 느긋하게 대응 할 것이 아닌가? 429일이나 지탱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3개월은 지탱할 수 있다.

석유의 전략비축은 공급중단 시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이 타격을 받지 않고 견뎌낼 수 있느냐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여유가 있는 미국과 일본은 일찍부터 비축을 시작해 최소한 3개월의 비축일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일 소비량 기준으로 비축일수가 39일에 불과하다. 1억4600만배럴의 시설을 어렵게 건설해 놓고도 예산이 없어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궁여지책으로 산유국에 시설 대여를 한다든가, 동북아 허브를 만든다든가 여러 가지 방안을 내 놓고 있으나 비상 시 도움이 되는 것은 정부 내지 민간이 비축한 실제 소유 물량만이 효자 노릇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유사시에는 자국 우선이지 왜 남을 돕겠는가? 산유국공동비축은 유사시 고유가를 지불해야만 사용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전략비축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1. 절약에 의한 소비 자체를 축소시킨다. 일본은 1970년대의 석유소비수준보다 20% 넘게 절약해 1일 120만 배럴이 감소 됐다. 90일 비축일수로 계산하면 1억800만배럴이다. 한국은 10%만을 감소시켜도 90일 비축일수로 계산하면 1917만배럴이다. 또한 석유 소비절약은 탄소배출 억제, 에너지 경비절감 등의 효과도 있다. 강력한 정책을 펴서 준 강제적으로 시행해야 될 것이다. 매년 연말행사로 에너지절약 표창장이나 수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인의 1인당 석유소비는 1년에 15.5배럴이며 이는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높다. 우리 모두가 실정을 알고 석유 절약이 습관화돼야 한다.

2. 적극적인 해외석유개발이다. 필자가 1980년대 석유개발을 처음 시작하면서 당시 ‘2000만배럴을 비축하려면 시설비, 원유값 등 18억불이 들지만, 이 돈의 10%만 주면 2000~3000만배럴은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라고 정부 담당자에게 한말이 불연 듯 생각난다. 지금도 아마 같은 맥락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석유 개발은 돈도 돈이지만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정부 예산 등 하나 만만한 것이 없으니 이 또한 갈 길이 멀다. 비축시설을 활용한다고 산유국 공동 비축 및 동북아 허브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래도 해외 석유 개발이 보다 현실성 있는 에너지 확보라는 차원에서 관계자들은 숙고해야 한다. 국가경제의 원동력인 석유에너지를 목전의 득실만으로 평가하거나, 감사를 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백년대계를 응시해야 한다.

3. 원유 선물시장에 개입해 헤지거래 전략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한국석유공사는 1억4600만배럴의 저유시설과 8400여만배럴의 실물을 보유하고 있다. 소극적으로는 시설용량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안전한 방법만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이 없어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목표 수정을 할 것이 아니라 선물시장에서 헤지거래를 통해 위험도 줄이고 실제적인 시장을 파악해 수익을 창출하는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 물론 초기에는 경험도 없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경험과 실력 있는 외국 전문가를 고용해 소규모로 시작하면서 배워야 할 것이다. 외국 전문가도 무슨 고문, 무슨 자문역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선업무에 실무자로 투입하는 것이 실리 면에서 타당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말하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산업이 극히 석유 지향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소한 1일 소비기준 60일분인 1억2800만배럴은 정부의 전략비축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로 보아 에너지안보에 어느 정도의 관심과 과거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60일 물량은 어렵지 않게 비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글: 계충무 국제아동돕기연합 고문
계충무 고문은 서울대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전력, 대한석유공사(현 SK), 동아건설 등을 거쳐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얼상사와 코람자원의 대표이사 활동으로 국제 자원개발 사업에 남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현재 HI&T 사장으로 취임해 이라크 할파야 유전개발 사업을 협상중이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10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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