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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선아 “‘드라큘라’ 다시 하길 ‘참 잘했다’”생각…인생 2막 열려

[인터뷰] 정선아 “‘드라큘라’ 다시 하길 ‘참 잘했다’”생각…인생 2막 열려

  • 기자명 정아람 기자
  • 입력 2024.02.05 03:20
  • 수정 2024.02.05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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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초연 미나 役 이후 10년 만에 작품 합류
출산 후 “예전같지 않다”는 말 들을까 레슨 계속…‘이프덴’으로 복귀 성공적
뮤지컬은 ‘도전의 연속’ 올해 “소처럼 일할 계획”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EK컬쳐] “드라큘라가 이렇게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다는게 놀라워요. 10주년 미나를 맡게돼 부담도 컸지만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잘해봐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죠. 다행히 첫 공연 후 관객들 반응이 좋아서 ‘참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뮤지컬배우 정선아(40)가 10년 만에 뮤지컬 ‘드라큘라’의 ‘미나’로 돌아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라고 했던가. 드라큘라와 멀어져 있던 지난 시간 정선아의 일신상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여러 작품에 참여했음은 물론이고, 동시에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됐다.

평생 ‘세련된 배우’일 것 같던 정선아도 임신과 출산 앞에서는 잠시 ‘내려놓음’을 배워야 했다. 그리고 다시 인생 2막을 열었다.

지난 1월 30일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선아는 첫 리허설 날 오랜만에 ‘드라큘라’의 음악을 듣고 감격해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고백했다.

“10년 전 공연했던 순간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어요. 만감이 교차했죠. 저도 모르는 사이 작품에 대한 그리움이 깊었었나 봐요. 10년 전 초연을 준비하면서 배우들과 함께 고군분투했던 기억도 나고…. 드라큘라의 힘은 음악에서 나와요. 음악만 들어도 가슴이 아련해지는 작품입니다.”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는 400년이 넘도록 한 여인을 사랑한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의 사랑을 그린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2014년 초연을 시작으로 다섯 시즌째인 10주년 공연 중이다. 정선아가 맡은 ‘미나 머레이’ 역은 드라큘라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하고, 전생에 드라큘라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드라큘라에게 빠져드는 인물이다.

정선아는 이번 10주년 공연에서 그간 관객들에게 물음표를 던졌던 스토리상 지점들을 말끔히 해소시키겠다는 각오다. 특히 전생과 현생이 이어지는 독특한 환타지적 설정을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 이해할 수 있도록 연기에 더욱 신경을 썼다. 

정선아는 “전생을 떠올리는 미나의 감정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이를 먹어보니 과거엔 이해 안됐던 것들이 지금은 보여요. ‘미나가 그래서 이렇게 행동했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과거로의 연결을 위해 추가된 씬은 없어요. 그런데 저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져서 미나라는 캐릭터를 더 이해하게 된거죠. 그 덕분에 전생을 떠올릴 때 미나의 혼란스러운 마음부터 드라큘라와의 호흡까지 더 집중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라고 관객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힘쓰고 있음을 밝혔다.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무엇보다 ‘드라큘라’는 무대장인 정선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이 됐다. 여기서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은 정선아에게 ‘미나’ 캐릭터는 ‘섬세함’을 한 스푼 더해줬다. 고음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미나의 복잡한 감정에 맞게 여러 소리를 내는 능력치가 더해진 것이다.

이에 정선아는 “ 씬 마다 보컬에 감정을 다르게 실어요. 미나가 드라큘라에게 빠져들수록 소리가 강해지고 진성에 가까워지죠. 미나 덕분에 장면에 맞게 소리를 달리 표현하는 재미도 알게 됐어요. 사실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노래를 다 분석하고 쪼개서 목소리의 톤과 질감을 바꿨죠. 특히 ‘If I had wings’ 를 부르고 나면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한 고비를 넘긴거죠.(웃음)” 라며 넘버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정선아 특유의 밝은 분위기로 진행된 이 날 인터뷰에서 잠시 그늘이 드리운 순간도 있었다. 바로 여배우로서 임신과 출산이 어떤 ‘경험’으로 다가왔는지에 대해 돌아볼 때였다. 주변에서는 이 경험에 대해 ‘고비’라고 걱정을 해댔단다.

그도 그럴것이 정선아는 뮤지컬계의 슈퍼스타다. 정선아는 2002년 고등학생 시절 뮤지컬 ‘렌트’ 오디션에서 쟁쟁한 선배 배우들을 제치고 빠른 데뷔와 성공을 맛봤다. 이어 ‘아이다’의 암네리스, ‘위키드’의 글린다 등 흥행작의 주연으로 맹활약했다. 화려한 경력이 무색하게 2021년 출산으로 처음 공백기를 맞이한 순간 정선아는 “처음으로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무대가 주는 달콤함을 알기에 공백기가 두려웠어요.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듣게될까봐 레슨도 운동도 꾸준히 했어요. 아이를 낳고 마흔이 되어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무대에서 반짝일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웃음)”

이처럼 정선아는 임신 중에도 뮤지컬배우로서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바로 이듬해인 2022년 ‘이프덴’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프덴’은 정선아를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줬다. 정선아의 선택이 이번에도 ‘옳았다’.

특히 ‘이프덴’은 출산후 복귀를 앞두고 있던 정선아를 위해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다. 더 안전하고 검증된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선아는 도전했다. 그리고 뒤돌아봤을 때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힘줘 말했다.

“편안한 작품으로 몸풀기를 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대본을 본 순간 ‘복귀작으로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프덴’에는 임신과 출산, 커리어 우먼의 상반된 삶이 모두 나와요. 제 인생 1막과 2막이 모두 들어있는 작품이에요.(웃음) 공연 당시 출산 직후라 호르몬이 뒤죽박죽이었는데 작품을 통해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았어요. 무엇보다 관객분들이 기대 이상의 사랑을 보내준 작품이라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정선아 / 오디컴퍼니 제공 

 

오랜 경력을 지닌 배우들은 공통적으로 “티켓값이 아깝지 않게”라는 책임감이 실린 말을 전하곤 한다. 23년 차 뮤지컬배우인 정선아 역시 이 무게에 공감했다. 아직도 무대에 서기 전 떨리고, 무섭다.

정선아는 “관객들의 귀한시간과 티켓의 가치를 생각하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절대 아프지 말자, 매너리즘에 빠지지말자고 다짐하죠. 무대에 오르기 전에 운동을 하고 오면 그날 무대의 질이 확 바뀌는 걸 느끼고 나서부터는 그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어요. 공연이 있는 날 먹는 음식까지 정해져 있죠. 나와의 약속이 곧 관객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대에서 더 빛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라고 책임감 있는 선배 배우의 면모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정선아는 올해 “소처럼 일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신선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계획 중이에요. 사실 멋진 역할에 욕심이 없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그래도 어느정도는 나 정선아에게 어울리는 옷과 아닌 것을 똑똑하게 구별하려고 노력하죠.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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