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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이 주는 행복.

평범한 삶이 주는 행복.

  • 기자명 정욱형 발행인
  • 입력 2011.03.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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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형 발행인
오늘 아침 20년 만에 신호위반 딱지를 받았습니다. 딱 걸린거죠. 경위를 간단히 설명하면 빨간 주유보충경고를 한참 지나쳐오다가 만난 주유소에서 반갑게 기름을 넣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유턴표시가 없던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와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습니다.

순간 에너지절약이라는 합리성을 스스로 만들며 불법유턴을 하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차도, 위험할 요소는 더더욱 없다고 판단했죠. 하지만 어디선가 경찰차가 경적을 울리면서 나타나더군요. 교통신호는 무조건 잘 지키는 평소 때와 달리 여유없이 조급한 마음이 이상한 합리화논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어쩌면 무엇에 쫓기 듯 정신없이 살고 있는 제 삶을 극명하게 반영한 것 일지도 모릅니다. 무시무시한 경쟁사회에서 주먹만한 언론사지만 회사를 제대로 건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서 저도 모르게 작은 편법이라도 이용해볼까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나쁜 버릇이 운전습관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자문하게도 됩니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제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를 준 것 같아 오히려 기쁘게 운전면허증을 내밀고 벌금 6만원짜리 중앙선침범 스티커를 받았습니다. 벌점 30점도 덤으로 따라오더군요. 20년전 기자생활을 처음하면서 신호위반을 해 경찰과 민망한 상황에 선 경험이후 정말 오랜만의 일입니다. 그때는 기자랍시고 사고현장을 운운하며 취재가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말 벌점으로 대신 했던 것 기억이 있습니다. 그이후 되도록 제가 아는 모든 운전규칙은 모두 지키려 노력했고 다른 지인들에게까지 이를 강요했죠. 잔소리가 옳은 표현이겠죠.

어쨌든 그런 제가 특히 최근에는 소위 유행하는 사회지도층으로 살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로타리 등 각종 봉사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으로서 구차한 변병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하는 마음에 수고하시라는 말만 경찰관에게 남겼습니다.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잘못을 즉시 시인하는 대인배 흉내는 제대로 낸 느낌이랄까요. 요즘 작은 일에 쉽게 흥분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저를 발견하면서 좀 한심했거든요. 작거나 크거나 정의로운 일을 하고 살자고 다짐해놓고 기업가의 윤리는 기자의 그것보다 좀 느슨해도 된다, 뭐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위로했던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개인적인 잘못이 없이도 자연재해로 가족을 잃고 재산을 잃으며 방사능 노출위험에 방황하는 일본인들을 생각하면 살아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됩니다. 라디오에서 추가열이라는 가수가 부른 ‘살아있어서 행복하다’는 내용의 노래를 들으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저는 앞으로 삶을, 또 일을 있는 그대로 다시 즐겨보려 합니다. 미래는 원래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것이니까요. 일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뭐 그리 많겠습니까? 대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살아있다는 평범한 행복을 다시 찾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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