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상한 경영평가 … 진단과 처방이 따로따로

이상한 경영평가 … 진단과 처방이 따로따로

  • 기자명 이종근 기자
  • 입력 2014.05.07 10:23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기업 경영평가단 ‘들쭉날쭉’ 실효성은 ‘글쎄’
운영방식 '주먹구구' … 정부 경영통제 사각지대

 

올해 최대 화두는 공기업 개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공기업 부채 및 방만경영척결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에 정부는 공기업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이같은 흐름에도 공기업은 부채 해결 및 자구책을 내놓는가 하면 일부는 ‘방만경영’의 꼬리표를 단 채 개선책은 전혀 없다. 실제로 공기업 경영평가가 추구하는 공공성과 효율성의 상충적 가치는 모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에 정부는 부채와 방만경영에 배점을 높이는 강수를 뒀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하나마나한 공기업 경영평가’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진행중인 경영평가에 공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EO에너지=이종근 기자] 애매한 평가단 구성에 공기업 골머리

“경영평가를 하는 평가단들의 자질이 의심스럽습니다. 얼마 전 기관 업무 내용도 모르는 평가단에게 30분 정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한 에너지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나온 이야기다. 자격 미달인 평가단으로 인해 공공기관들이 어려움을 하소연 하고 있다.

매년 초 경영평가단이 구성되면 이들은 수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공공기관을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공기업의 실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수박 겉핥기식 평가가 되기 일쑤다.

공기업 관계자는 “평가단 대부분이 경영학이나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평가단 일부는 해당 기관의 업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전문가들 위주로 평가단을 구성하게 되면 관련 사업과 연관성이 있어 로비 등 비리가 많을 것으로 보여 교수들 위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평가단 대부분이 인문사회 분야 교수 중심으로 구성되다보니 피평가기관의 업무영역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평가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잦은 평가단 교체와 일관성 부족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도마에 올랐다.

A교수는 “자주 평가단이 바뀌다 보니 평가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부족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가단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영평가단 운영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경영평가는 기획재정부가 매년 발주하는 용역사업 형태로 이뤄진다. 평가단은 평가단장이 기재부 측과 협의해 임명하다보니 평가단장의 영향력이 크다.

결국 단장의 전문 분야에 따라 평가단의 성향도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다. A교수는 “공기업을 평가하는 교수도 성향이 매번 달라진다”며 “경영학 교수는 수익성 위주로, 행정학 교수는 공공성 위주로 평가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한 공기업 담당자는 “3~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00개에 가까운 업계를 파악하고 실사에 성실히 임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심사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좋은 점수를 따는 것을 보면 ‘점수따기용’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공기업 경영평가단에 참여했던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평가기간을 단기간에 취중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도출된다”며 “정부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기준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경영평가 시스템 부재

효율적인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고자 거액을 들여 내놓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됐다.

2008년 정부는 수억을 들여 평가시스템을 만들고 2009년에는 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평가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지만 이를 활용하는 평가위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2011년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교수는 “경영평가시스템이 복잡하고 평가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다보니 이를 이용하는 의원은 일부”라며 “좀 더 쉽게 활용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보고서를 만들지 않아도 되고, 인력도 줄일 수 있어 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라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공기업 부채 절감 보고서’에서 정부가 개별 공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업종이나 규모 등을 전혀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하다보니 공기업 부채가 늘어났다. 이는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 추진으로 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부채는 정부부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임승빈 명지대 교수는 “공기업 경영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에게 있다”며 “모든 부채를 공기업으로 돌리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다. 무리한 기관장 인사와 사업추진, 복잡한 평가기준”도 문제라고 평가했다.

평가 항목도 표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평가 항목 중 계량적 지수가 50~60%를 차지하지만 실제 점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평가단이 수행하는 비개량평가도 문제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수익성 평가 비중이 낮다 보니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임승빈 교수는 “점수에 차등을 두기 위해서 계량지표를 세분화하다보니 지표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오히려 평가가 어려운 자가당착에 빠지게 됐다”면서 “정부가 지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경영효율화의 측면에서 공기업들을 지나치게 시장성에 기초해 평가하는 부분이 많다. 어디까지나 공기업은 공익성이 우선되야 한다. 시장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기관이라면 공공기관으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거나 과감하게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평가기준 논란…1점에 울고 웃고

업무성과 자체보다는 포장에 집중하게 되고 0.01점이라도 더 받기위해 컨설팅을 받거나 평가단에게 로비를 하는 곳도 있다.

경영평가가 대부분 전년도 지적사항이나 개선에 초첨을 맞추다 보니 공기업들 등급 차이가 아주 작다. 결국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 1월 한국정책평가연구원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지표분석’에 따르면 모든 기관들이 전년도 지적사항을 적극 개선하고 있어 기관 순위나 등급이 아주 작은 점수대에서 결정이 내려져 0.0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한 공공기관 사이의 과잉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 지침을 이행해 만점을 받으면 3점, 이행 못하면 0점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등수 차이가 몇 십 점으로 나지 않기 때문에 특정 항목에서 1~2점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관적인 평가 항목을 앞세운 공기업 경영평가는 정부가 공기업을 옥죌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로 작동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올해 공기업 평가에서 부채관리와 방만경영 관련 배점을 기존 100점 만점 중 20점에서 29점으로 늘렸다. 부채 부문은 12점에서 17점으로, 방만 경영은 8점에서 12점으로 확대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실효성 없다며 있으나마나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 모 교수는 “배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좀더 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세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돼야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로 인해 평가단에게 각종 컨설팅을 자문하거나 심지어는 인맥, 학맥, 지역 등 을 이용해 줄을 댄다. 경영평가에 최하위권 이었던 공기업이 1년 만에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경우도 있다. 최근 해당 공사 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좋은 보고서와 업적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수십명을 투입해 평가준비단을 꾸려 평가단 관리 등 평가준비에 6개월 정도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평가 준비는 공공기관의 한 해 ‘최대 농사’여서 해당 기관 핵심 자원의 많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정부 에너지공기업에 고삐 죄다

지난해 원전비리로 경영평가에서 대규모 에너지 공기업들이 낙제점을 받아 이번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방만경영 등 관련 배점을 높이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대거 낙제점을 받은 에너지 공기업들이 이번 평가에 초긴장 상태에 있다”며 “이번에도 낙제점을 받으면 구조조정 바람은 물론 정부가 강력한 메스를 들이 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따라 에너지공기업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며 “다른 업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에너지공기업만 까다롭게 대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에너지공기업 직원은 “이번 평가에 대부분의 에너지공기업들이 경영평가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작년보다는 좋은 점수가 나올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의 고강도 경영평가에 걱정된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이번 평가단으로 참여한 Y대 교수는 “에너지공기업만 강하게 옥죄는 것은 절대 없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공기업들을 평가하다보니 모든 분야에 지식을 겸비할 수 없다. 항상 평가에는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산하 41개 공공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방만 경영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에너지공기업 기관장을 향해 “경영혁신 의지가 부족한 기관장은 조기에 교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에너지공기업 경영평가는 4월로 대부분 마무리 된다.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CEO ENERGY>2014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에너지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