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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자력협정 전면 개정, 성공의 의미

한·미 원자력협정 전면 개정, 성공의 의미

  • 기자명 박진영 기자
  • 입력 2015.05.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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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 길 열려

   
 

[에너지코리아 5월호] 5년 가까이 진척 없던 한·미원자력협정이 지난 4월 22일에 개정됐다. 일단 우리 정부는 개정내용을 긍정하며 환영하고 있다. 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있어 어느 정도 해결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이다. 사용후핵연료가 발산하는 방사능이 천연상태 우라늄 수준으로 경감하기까지는 약 30만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안전한 관리도 필요하다. 협정 또는 조약 체결의 불평등한 결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우리나라 원자력 역사가 스쳐 지나간다. 핵보유국 미국과 비보유국 한국의 원자력협정. 얼마나 실익을 거뒀는지 협정내용을 들여다보자.

우리나라도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해 나갈 수 있게 됐다.

한·미 양국은 4월 22일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협정(이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 타결에 합의했다. 미국 의회의 동의절차가 남아있지만 통과 가능성이 높다.

2010년 10월 시작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11차례의 정례협상과 다수의 수석대표 및 부대표급 협의를 가졌으며,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지난 2년간 집중적인 협상을 전개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협정은 한·미 원자력 협력의 큰 틀과 원칙을 규정한 전문과 구체 사항을 담은 본문 21개 조항, 그리고 협정의 구체적 이행에 관한 합의의사록과 고위급위원회에 관한 합의의사록 등 2개의 합의의사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40여 년 전 체결된 현행 협정이 우리나라의 선진적 위상을 반영한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우리 원전에서 사용된 핵연료(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해 나갈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이 마련됐다. △중간저장, △재처리/재활용(파이로프로세싱), △영구처분, △해외 위탁재처리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떠한 방안을 추진하게 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방식이 협정에 포함됐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사후시험과 전해환원과 같은 연구활동도 우리가 보유한 시설에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미간 공동 연구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협의를 통해 합의하여 추진할 수 있는 경로가 협정에 규정되어 있다.

우리 원전에 핵연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됐다. 우리나라에 대해 미국이 원전연료 공급을 지원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장래에 미국산 우라늄을 이용한 20% 미만의 저농축이 필요하게 되면 한·미간 협의를 통해 합의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경로를 마련했다.

한·미 양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제3국에 대해서는 우리 원자력 수출업계가 미국산 핵물질, 원자력 장비 및 부품 등을 자유롭게 재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포괄적 장기동의도 확보됐다. 또한 수출입 인허가를 보다 신속히 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핵물질이나 장비, 부품, 과학기술 정보를 서로 활발히 교류하여 원전수출 투자나 합작회사 설립 등을 촉진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외에도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암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도록 미국산 핵물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장기동의를 확보했다.

이번 개정에서 특별한 점은 이러한 양국의 협력방안을 규정하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이 모든 방안의 이행을 차관급 상설 협의체에서 추진하고 점검해 나가도록 제도화한 데 있다.

고위급위원회로 명명된 한·미간 전략적 원자력 협력을 위한 이 협의체는 앞서 설명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은 물론, △핵안보 분야까지 다루는 4대 실무그룹을 산하에 두고 한·미 원자력 협력 전반을 상시적으로 다루게 된다. 장래의 파이로나 저농축 추진에 관한 사항도 바로 이 고위급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한편, 이번 개정 협정은 우리 원자력 활동의 자율성을 중첩적으로 보장하는 명시적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협정 전문에 이례적으로 “NPT 당사국으로서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 권리”를 확인하는 동시에, 양국간 원자력 협력을 확대함에 있어 주권의 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되었다. 또한 농축, 재처리 등을 포함한 제반 원자력 활동에 있어 상대방의 원자력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부당한 방해나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무규정까지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협정은 한·미 원자력 협력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과, 우리 원자력계의 역동적인 발전 가능성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모두 감안하여 유효기간을 20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 핵연료저장조

3대 중점 추진분야에서의 선진적‧호혜적 협력 확대

한미 원자력협정이 전면 개정됨에 따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핵심 분야인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등 우리 정부의 3대 중점추진분야를 중심으로 우리의 국익을 확보하고 자율성도 확대되게 됐다.

과거의 일방적 의존과 통제 체제에서 벗어나 현재 당면한 여러가지 제약이 풀리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여는 선진적‧호혜적 신협정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우리 원자력 분야의 당면 과제이다. 한미 양국은 신협정을 통해 △중간저장, △재처리/재활용(파이로프로세싱), △영구처분, △해외 위탁재처리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어떠한 방안을 향후 추진하게 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협력 방식을 규정했다.

현재 우리가 보유한 시설(현존 연구시설)에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조사후시험, △전해환원 등의 형상‧내용 변경활동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장기동의를 확보했다.

미래에 우리가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파이로 활동에 대해서는,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11-’20) 결과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간 고위급위원회 협의를 통해 합의하여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메카니즘을 마련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분야인 △저장, △수송, △처분 등 분야에 있어 한미간 기술협력을 확대·강화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게 됐다.

협상 과정을 통해 이미 한미 양국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특성연구, △저장‧수송 조건에서 사용후핵연료 건전성 평가 등 저장‧수송‧처분과 관련된 15개 기술 분야를 선정하여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의 하나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영국·프랑스 등 한미 양국이 합의하는 제3국에 보내 상업적 위탁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한미 양국은 원전연료의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신협정에 규정함으로써,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대비할 수 있는 협력망을 구축했다고 보고 있다.

장래 저농축 추진에 관한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우리가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하고자 할 때는 고위급위원회를 통해 일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양국이 합의하여 추진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원전연료 공급 지원에 관한 규정이 포함됐다. 즉, 미국은 한국에 대해 원전연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료시장의 수급 불균형 상황 발생시 상호 비상공급 지원 협의, 세계 원전연료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 공유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해가기로 했다.

한미 양국은 신협정에 원자력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원자력 교역을 촉진하기 위한 별도의 조항을 마련했다. 이는 원전수출 강국으로 발돋움한 우리의 위상을 반영하여 선진적이고 전략적인 원자력교역 협력 원칙을 명시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 원자력 수출업계가 미국산 핵물질, 원자력 장비 및 부품 등을 한미 양국이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제3국으로 재이전하고자 할 때 건별로 동의를 받을 필요없이 포괄적인 장기동의가 적용되도록 했다.

이로써 우리 원전 수출업계가 일부 미국산 원자력 기자재를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이 보다 원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 인허가를 신속화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즉, 수출입 및 기술 이전 등과 관련한 인허가를 신속하게 발급해야 하고, 인허가로 인해 상대방의 교역이 제한되거나 부당한 비용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미 양국이 투자, 합작 회사, 교역 및 인허가 발급 등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물질, 장비, 부품 및 과학기술에 관한 정보의 교류를 촉진하도록 했다.

 

▲ 사일로크레인

우리의 강화된 원자력 역량에 걸 맞는 실리 확보

신 협정에서는 우리가 현재 보유한 시설에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연구개발 활동상의 제약을 해소하여, 미국의 별도 동의없이 연구개발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기존의 건별 또는 5년 단위 동의(“공동결정”)의 제약을 해소한 것이며, 우리의 역량과 비확산 의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얻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원자력 연구개발, 특히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에 필수적인 ‘조사후시험’과 같은 핵심 연구활동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원자력 협정은 현재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본격 생산의 길을 여는 성과도 거뒀다.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몰리브덴(Mo)-99)를 미국산 우라늄을 이용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이를 수출할 수 있도록 미국의 장기동의를 확보한 것으로 이는 125만명에 달하는 암환자에 대한 핵의학 진단 등 우리 국민의 보건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양국은 원자력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공동인식을 재확인하면서 신협정 체결을 계기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한미 양국은 원자력 활동과 관련하여 국제적‧지역적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양국의 원자력 협력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문제에 관한 긴밀한 공조체제 구축의 근거를 규정했다.

한미 양국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전세계적 핵안보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핵안보 증진을 위해 국제적‧지역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국제 원자력 협력체제의 선진국이자 비확산 주도국으로서, 그 위상에 부합하는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비확산 기본원칙도 재확인했다.

 

전략적‧미래지향적인 이행 협력 체제 구축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미 양국은 상설 고위급위원회(공동의장: 우리 외교부 차관 및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를 신설하여, 한미간 원자력협력에 관한 전략적 협의를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장래에 파이로나 저농축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한미간 협의도 이 고위급위원회에서 이뤄지게 됐다.

이는 세계 원자력 분야를 선도하는 한미 양국이 대등한 파트너로서 높은 수준의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원자력협력을 제도화한 것임. 전세계 양자 원자력협정 중 이러한 전략적 고위협의체가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이 최초이다.

신협정 서문에서 한미 양국은 핵비확산 조약(NPT)의 당사국으로서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으로 연구‧생산 및 이용함에 있어서 갖는 “불가양의 권리(inalienable right)”를 확인하는 동시에, 양국간 원자력 협력을 확대함에 있어 주권의 침해가 없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양국간 원자력 협력에 있어서의 △평등과 호혜의 원칙,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기 계획과 지속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필요성 등을 재확인했다.

또한, 농축과 재처리 등 형상‧내용 변경을 포함한 제반 원자력 활동에 있어서 상대방의 원자력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부당한 방해나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무 규정도 포함시켰다. 소위 ‘골드 스탠다드’로 알려진 농축‧재처리 포기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다른 원자력협정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명시적인 권리 확인인 동시에, 이행상의 신의 성실의 의무에 대한 근거이기도 하다.

미국의 일방적인 통제권만 규정되어 있던 체제에서도 완전히 탈피하여 상호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산 주요 장비가 포함된 우리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듯이, 우리 원자력 산업계가 수출한 장비를 장착한 미국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

신협정의 유효기간은 현행협정의 당초 유효기간을 대폭 단축한 20년으로 규정했다. 다만, 협정 만료 2년 전에 일방이 연장거부를 통보하지 않으면 협정은 1회에 한해 5년 연장될 수 있다.

양국은 발효 17년째 되는 해에 협정의 유효성과 연장 필요성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 협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상관없이 일방 당사국이 1년 전에 사전 통보만 하면 어느 때나 협정을 종료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유효기간 규정은 한미간 원자력 협력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우리 원자력계의 역동적인 발전 가능성과 우리의 장래 연구개발 추진계획, 장기적 원전연료 공급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다.

 

본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ENERGY KOREA> 2015년 5월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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