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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시장 개항(開港) 임박

탄소시장 개항(開港) 임박

  • 기자명 이권진 기자
  • 입력 2010.08.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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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로 보면 요즘에는 매립장 쓰레기도 짭짤한 돈이 된다. 심지어 가축분뇨도 돈을 불러들인다. 예전에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수력발전을 하는 사람들은 ‘돈 내린다’고 농을 쳤다. 태양광, 풍력은 익히 돈이 돼왔다. 이 모든 것들은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만나서 그랬다. 그런데 새로운 시장이 나타났다. 탄소를 사고파는 상권이다. 대동강 물을 팔던 김선달의 기행이 아니다. 유엔이 검증한 상품으로 공급자와 수요자도 있다. 곧 우리도 판을 깔고 장사를 시작해야 한다. 저기 손님들이 오고 있다.

탄소가 돈 되는 시장이 있다. 말 그대로 탄소시장이다. 탄소시장은 금융과 에너지기술의 만남이기도 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탄소시장에서는 탄소배출권(CER)이 발생한다.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지만 본질적인 메커니즘은 결국 에너지기술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과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엔이라는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를 통한 실사와 검증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승인받는다.
이렇게 하면 공급과 수요에 따른 가격이 형성된다. 왜냐하면 탄소배출권은 화폐가치를 지닌 상품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탄소시장은 탄소배출권을 사려는 국가(혹은 기업)와 팔려는 국가(혹은 기업) 간의 거래시장이다. 배출권거래소를 통해 상품이 오고가니 금융시스템이 적용된다. 주식과 같이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가격이 하락세다.

조금 과장을 해보자.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도와 같은 법령이 만들어진다면 조선시대 토지법이 단행된 이래 재산권에 대한 최대의 법제도 개편이 될 수 있다. 쉽게 보면‘땅’에 대한 우리의 열광적인 손길이‘하늘’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탄소가 돈이 된다는데 관심을 안 가질 수 있겠는가.
세계적 헤지펀드 회사인 맨그룹(Man Group)은 탄소시장을‘새로운 놀이터’라고 명명했다. 마냥 놀아보자는 유희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즐겁게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소나 청정에너지 개발 투자에 많은 돈을 쓰는 대신 이렇게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그 방식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탄소배출권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탄소시장의 걸음걸이
세계 탄소시장은 지난 2004년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3분기까지 거래 규모가 215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세계 금융시장 규모를 120조 달러로 본다면 1500억 달러는 부가가치세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탄소시장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 진출이 시급하다. 이미 성장 가능성이 내제된 상품으로 그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바로 기후변화협약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의무감축국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6위인 한국은 2013년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국가에 팔 수 있는 역할만 할 수 있다. 문제는 탄소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을 때 얼마나 준비를 했는가,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감축의무를 대다수 이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금융상품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미국 등 해외 자본이 염려스럽다. 탄소배출권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검은 손길이 많아진다면 당초 탄소시장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탄소시장 전문가 양성과 내실 있는 배출권거래소의 마련 등이 국내에 필요한 이유다.

한중일 공동 배출권거래소 가능성은
지난달 18일 열린 동아시아 지역 탄소시장 활성화 세미나에는 한중일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공동 배출권거래소를 논의했다. 동아시아는 탄소시장이 접근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따지면 중국은 전체 53%를 넘는다. 그런데 탄소배출권 구매국 2위인 일본이 바로 바다 건너에 있다.
일본은 산업이 고도화에 진입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투자가 전체 산업구조에 적용되기 어렵다.
일본 미쓰비시 UFJ증권의 와타나베 위원장은“일본은 500여개의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단체연합회를 중심으로 CER을 많이 구매하고 있으며 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베이징환경거래소 메이 드웬 부총경리는“북경 금융가에 위치한 베이징환경거래소의 입지로 미국, 유럽, 일본 등과의 매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탄소거래전문회사인 한국탄소금융의 노종환 사장은“한중일 세 나라의 자본이 결합된 공동 탄소거래소가 타당하다”며“동아시아에는 탄소배출권 생산 국가와 매수 국가가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 구매국인 일본에 따른 독점적인 거래소 설립을 우려한 발언이다.
한중일 공동 배출권거래소는 결국 판매국와 구매국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다.
그렇다고 국내에 배출권거래소를 독립적으로 두기에는 무리다. 아직 의무감축국이 아닌 상황에서 CER에 대한 구매를 기업들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배출권거래소는 입지와 경제성에 매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어 조만간 삼국을 연계한 거래소 설립은 가시화될 전망이다.

전문가의 조언
지난달 10일 기후변화전문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이색 강연이 펼쳐졌다. 이수철 일본 메이죠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공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온난화 정책 및 배출권 거래제도 현황과 과제를 발표한 것.
일본의 경험과 시사점 그리고 국내 탄소시장에 대한 조언이 이어졌다.
이수철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배출권거래제도 도입문제는 국제 경쟁력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캡인 엔 트레이드(cap & trading) 방식의 배출권거래제도는 유럽의 예를 보더라도 법제도면에서 의 정비 등 준비 기간이 최소한 2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캡인 엔 트레이드는 배출량 한도를 초과한 국가와 기업이 아직 이산화탄소 한도의 여유가 있는 곳에서 사오는 것이다. 
교토의정서 체결을 주도했던 일본도 아직 본격시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제야 시행을 앞두고 제도설계를 논의하는 과정이다. 유럽의 배출권거래제도인 EU-ETS도 가격전가가 쉬운 전력(지역독점방식) 이외의 배출권의 할당이 느슨하다. 국제경쟁력 저하문제가 이유다. 결국 도입여부와 제도설계는 일본이나 유럽에서 국제 경쟁력문제로 귀착된다. 따라서 한국도 무리한 수를 둔다면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탄소시장 준비는 다른 나라의 예를 충분히 연구한 후에 설계해야 한다는 게 이수철 교수의 지론이다.

<CEO ENERGY 제4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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