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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값 참 어렵다

기름 값 참 어렵다

  • 기자명 곽대경 기자
  • 입력 2010.08.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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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석유제품 판매가격 실효성 있을까

정유사별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지난 5월 8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동안 영업 기밀로 여겨졌던 석유사업자의 가격 보고가 오피넷(www.opinet.co.kr)과 석유정보망(www.petronet.co.kr)을 통해 의무화 될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석유 공급자간 경쟁을 촉진시켜 결국 소비자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해당 업계에서는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8일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4대 정유사의 가격이 최초로 공개됐다. 이는 지난 1월 30일 개정·공포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석유류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에 따라 강제성이 없는 가격조사를 통해 전체 평균 가격을 공개했었다. 하지만 법률 개정으로 정유사는 해당 주의 판매가격을 그 다음 주 금요일에 공개해야 한다. 주간가격은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모든 대리점 및 주유소 가격의 평균이다.

공개된 정유사별 공급가격에 따르면 SK에너지가 ℓ당 525.50원으로 가장 싼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에 S-OIL은 ℓ당 542.29원으로 가장 비싸게 공급되고 있었으며 이는 세전 가격 기준으로 ℓ당 약 17원 차이나는 것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ℓ당 542.25원, 539.96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공개된 정유사별 공급가격과 실제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공급가격이 가장 싼 SK에너지는 주유소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정유사별 유통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가 산정 방식에 있다. 공개된 가격은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모든 대리점과 자영주유소의 공급가격을 평균한 것이다. 그러나 정유사별 유통구조는 회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강태화 GS칼텍스 홍보팀 차장은 “SK같은 경우는 대리점을 통하는 게 99%고 나머지 정유사들은 주유소직거래를 70%이상 하고 있다” 며 “대리점을 통할 경우 물량이 크고 유통비용을 대리점에서 담당하므로 공개한 가격이 쌀 수밖에 없지만 주유소 직거래의 경우 탱크로리 등이 비싸 정유사에게 맡기고 따라서 단가에 수송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에 가격이 차이 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리점 출고 비율이 높은 SK에너지의 공급가가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미 산정 방식에서부터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두고 정유가격 인하와 같은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실효성과 관련해 강태화 GS칼텍스 홍보팀 차장은 “정유 단가가 540원이고 이 중에서 영업이익이 10~20원인데 가격 경쟁을 통해 일반 소비자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표가 나겠느냐” 며 “정유사가 일반소비자들에게 판매 하는 것은 전체매출의 20%고 50%는 수출, 30%는 산업체 연료용인데 주유소 시장에서 사실상 수출이 가장 큰 이익이 되고 일반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는 거의 영업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유소가격 실효성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기관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가격공개는 주유소가 경쟁력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딱히 취할만한 점이 없다”며 “정유사가 공개한 가격은 객관적 정보가 아니고 지역별 평균가격일 뿐이며 이를 주유소가 미리 알아서 협상이나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주유소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자체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유사들은 표면적으로 정부가 하는 방침에는 적극 협조하겠지만 실제 효력이 있다고 해도 10~20원 차이인데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가격 공개는 시행과정에서 평균 판매가격 공개방식과 관련해 정유사들이 영업 기밀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해 왔었다. 또한 가격이 공개되면 정유사들이 가격 담합을 할 가능성도 있고 이를 이용한 불법 유사석유 유통 확대 등 석유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공정거래위원회, 민간전문가와 함께 유가 모니터링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유사 공급가격을 앞으로 6개월간 집중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다.

마트 주유소, 지역 유가 하락 선봉에 서
최근 주유소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마트 주유소가 성황이다. 지난해 12월 이마트를 시작으로 대형 할인 마트들이 옥외 주차장이 마련된 매장을 중심으로 주유소 설치에 나서고 있다. 마트 주유소는 그 지역 일반 주유소에 비해 평균 100원 정도 싼 가격에 기름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이 셀프로 운영되며 수익창출 보다는 일반 손님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가격도 최대한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주유소는 지역별로 가격 편차를 보이고 있는데 마트 주유소의 등장으로 인근 일반 주유소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 바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일반 주유소가 덩달아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이 오르는 중에도 지역 평균가격은 내려가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통영의 경우 이마트 주유소가 생기고 나서 그 지역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마트 주유소의 등장은 지역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마트 주유소의 시장 독과점을 예상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대형 할인 마트 측은 주유소의 보급을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일반 주유소와의 가격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09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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