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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기를 말하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기를 말하다

  • 기자명 이권진 기자
  • 입력 2010.08.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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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른 경기회복, 지나친 낙관 금물”

금융위기 극복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입을 열었다. “지나친 낙관론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9월, 리먼사태를 진앙지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각국의 노력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회복속도는 완만한 곡선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8월 31일 기술인클럽에서 강연한 김종창 원장의 육성을 담았다.


최근 세계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유럽도 점차 좋아지고 있으며, 일본은 2/4분기에 작게나마 플러스 성장을 했고 우리는 2.3%의 성장을 보여,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는 완만한 곡선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그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낙관적인 전망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미국의 경우는 가계부채를 축소하면서 저축이 늘어났는데 그것은 곧 소비를 적게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견인해왔다. 그런데 소비가 적어진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고용도 많이 위축돼 있는 현재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회복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가계주택담보에 문제가 있었다. 이제는 상업용 부동산의 연체가 많이 늘고 있어서 추가 불안의 우려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브프라임사태는 예측을 할 수가 없었는데 상업용은 계산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 상황은 민간소비나 건설투자는 개선돼 가고 있고 설비투자의 감소폭도 줄어들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도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회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정부가 나서서 재정을 투입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성장은 민간이 자생적으로 소비하고 투자해서 이뤄야 하는데 정부가 개입해서 재정을 계속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어렵다. 재정집행 여력 역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고용상황도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근래에 와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 주요 국가들이 상당히 많은 돈을 투입했는데, 절대절명의 국가적 위기에서 벗어나야겠다는 투지를 갖고, 각국 정부가 엄청난 투자를 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풀린 돈이 앞으로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경기부양책을 보면 재정에서 50조를 투입하고, 작년 10월부터 몇 개월 사이에 역대 최저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것은 한국은행에서 돈을 많이 풀었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원화유동성도 별도로 공급하고 외화공급도 많이 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신속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기업구조조정 추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시장이 알아서 해야 하지만 국가 위기상황속에서 건실한 기업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서 이뤄진 조치였다. 여론은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고 하는데 이번의 기업구조조정은 외환위기 때와는 전혀 다른 측면이 있다.

IMF 때는 사실상 쓰러진 기업들을 모아서 구조조정을 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사전작업의 차원에서 쓰러질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융적으로 지원해준 것이다. 기업이나 은행 쪽에서도 나서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금융기관과 정부에서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했던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은 건설업, 조선업, 해운업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순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하고 있고, 금년에 들어서는 대기업 그룹에 대해서 구조조정약정을 맺어서 계획대로 추진해가고 있다. 대기업이 문제가 되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가 있기 때문에 이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으로 하고 있는데 세계 어느 곳도 당국이 나서서 하는 곳이 없다.

우리 경제 사정은 아직 민간의 자생력과 민간투자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따라서 민간의 자생적인 회복력이 이뤄질 때까지는 현재와 같은 확장적 정책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다만 문제는 위기 극복 뿐 아니라, 위기 이후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있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과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재정, 금융, 통화 측면에 있어서는 당분간 미시적인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은행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의 은행에 비해서 건실한 편이고 상대적으로 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이미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경제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재정을 투입하고 금리를 낮춘 결과인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는 것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은 통화유통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당장 통화를 수축할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아직 살아나지 못한 분야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부동산 담보비율을 수도권 대상으로 60%에서 50%로 낮추는 등 미시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1920년 대공황 당시 미국이 미리 수축정책을 쓰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공황상태가 더 오래 지속됐고, 일본 역시 ‘잃어버린 10년’동안 재정을 줄이고 금리를 올려서 경제가 안 좋은 상황이 더 오래갔던 것처럼, 출구정책이 중요하고 어렵다. 너무 많이 해서 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당분간은 확장기조로 갈 수밖에 없는데, 부분적으로 흡수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일부는 이미 시작해 위기 때 풀었던 외화를 상당부분 회수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역동성이 있고 뭐든 빨리 하려는 민족성 때문에 속도전에 승산이 있다. 전 세계가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결국은 빠른 시간에 많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이긴다. 아직 많은 문제는 남아있지만 조금씩 발전되어 가고 있다. 이 시기에는 서로 공조하고 협동하는 모습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에게 묻다

원자재가격과 국제유가는 어느 정도로 전망하고 있나?
관련기관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올해 말까지는 70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도에는 좀 더 오를 것 같다. 전망대로 된다면 우리 경제에 큰 위험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풍력발전에 있어서 신재생분야는 리스크테이킹을 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제도를 잘 활용해서 돈을 빌려주는데, 우리는 리스크 관리를 너무 해서 부동산담보까지 지고 있는 형편이다.
파생상품 등 금융기법이 발달해야 한다. 파생상품 때문에 미국이 망한 것이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리턴 측면에서는 파이낸셜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문명의 패러다임과 산업구조가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지금이 우리가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선진국이 더 심한 타격을 입은 것은 우리보다 파생상품이 더 발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외환위기를 맞은 경험을 통해 준비를 많이 할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 수출이 잘되는 것은 환율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각 품목의 경쟁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기업과 국가는 경쟁력이 있다. 다만 노사문제 등 몇 가지 고질적인 근본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신성장동력의 패러다임 쉬프트를 위해서 환경, 에너지 분야에 집중적인 기술혁신을 이뤄야 하는 것처럼, 금융감독원에서도 금융의 이노베이션을 해주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돈을 빌리는 기업에게 돈을 받지 않는 금융정책을 구상하는 것은 어떠한가?
지원을 더 해주라는 말로 받아들이겠다. 그것은 정부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처럼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자원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상업적인 논리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일하게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곳이 한국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만약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가 현금을 거둬들인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금리문제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올릴 것인지, 아닌지 말할 수는 없고, 언젠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출구전략에서 중요한 것이 금리조정이다. 그런 면에서는 언젠가는 조정할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다. 금리만 갖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빨리 회복하는 나라도 있다. 결국 출구전략은 나간 돈을 거둬들이는 것에 초점이 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선 금리문제가 있고 재정 면에서는 조세를 더 많이 거둬들이거나, 조세감면을 촉구하고 재정지출을 조절하는 전략이 있다.

* 상기 기사는 에너지코리아뉴스의 자매지 월간 <CEO ENERGY> 2009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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